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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는 누런소가 아니다

크다는 순우리말 `황`…황새도 `큰 새`
동식물 이름의 유래와 변천사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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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왜?
이주희|320쪽|자연과생태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유독 `황`자가 많다. 우리 동물이름 말이다. 물고기에 황어, 황복, 황돔이 있고 황여새, 황오리, 황조롱이라 불리는 새도 있다. 여기엔 노랗다, 누렇다는 의미가 있는 한자 황(黃)을 붙인다. 그렇다면 황소나 황새도 `누렇고 노란` 소와 새를 의미하는 건가. 답은 `아니다`다. 황소와 황새는 큰 소와 큰 새라는 뜻이다.

눈처럼 희고 광택이 도는 피부에 호리호리한 체구를 자랑하는 나무가 있다. 자작나무다. 북유럽의 울창한 수림을 떠올리게 하는 자작나무는 한자어 같지만 순우리말이다. 얼핏 서양 귀족의 다섯 품계를 나타내는 한자어(공작·후작·백작·자작·남작)와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그 뜻은 알려진 바가 없다.

이름으로 다시 들여다본 우리 자연생태계의 숨은 이야기다. 여러 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근원적인 어휘와 형태소로 이루어진 생물이름들을 표제어로 빼냈다. 42종을 다뤘다. 얽힌 사연은 물론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에선 충분한 설명을 곁들였다.

잡지 `자연과생태`에서 오래도록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가 언어로 표기되기 전 생물에 붙여진 이름을 통해 우리말 어원을 찾아나선 성과물이다. 서양철학을 전공했던 데다 생물의 유래나 연구사 혹은 생물학의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덕분에 다룰 수 있는 이야기가 크게 늘었다. 궁극적으로 생물학이 품고 있는 인문학적 주제로 귀환한 셈이다.

가을을 여는 꽃 코스모스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전했다. 흔히 우주라는 뜻과 함께 질서, 조화, 조정자로 이해되는 `코스모스`와 어원이 같다. 서양철학에서 혼돈을 뜻하는 카오스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썼다. 자연스럽게 선하고 아름답다는 뜻을 함축하게 됐다. 우리말로는 `살살이꽃`으로 불리기도 하고 북한말로 `길국화`라 칭하기도 한다.

도마뱀은 행태가 그대로 이름이 된, 재미있는 어원을 가지고 있는 생물 중 하나다. 위급할 때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것으로 유명한 도마뱀에 쓰인 `도막`은 토막의 옛말이다. 칼로 요리재료를 다듬을 때 사용하는 받침대인 도마도 도마뱀의 도마라고 설명한다.

의미가 왜곡된 후 굳어진 경우도 있다. 백조가 대표적이다. 백조(白鳥)는 일본인이 만든 한자어다. 고니가 우리말이다. 생물학계에선 이미 백조라는 말을 퇴출시켰으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아직도 `고니의 호수`가 못되고 있다.

또 진달래에는 진짜 달래라는 의미가 들어 있고, 박쥐는 밤에 돌아다니는 눈 밝은 쥐라는 뜻이 있다. 미더덕과 미나리에 붙은 `미`는 물이라는 순우리말이며, 말나리, 말매미, 말벌의 `말`은 크다는 속뜻을 품고 있다.

우리 마당에 사는 생물의 정체성을 세우고 확보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기초인 이름을 규명하는 시도가 생명의 근원을 밝히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사라져 가는 생물과 언어는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생물이 진화하듯 언어도 진화하고, 생물이 멸종하듯 언어도 사멸한다. 방학 중인 아이들 붙들어두고 생물과 언어의 생명력을 주제 삼아 책 얘기 한 번 풀어봄직 하다.

Posted by 자연과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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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소는 송아지, 새끼 말은 망아지…

그럼 새끼 돼지는?

 

 



동식물 이름에 무슨 사연이… 이주희 '내 이름은 왜?' 출간

정지용은 시 '향수'에서 왜 '얼룩배기 황소'란 말을 썼을까? 송아지, 망아지, 강아지는 있는데 왜 새끼 돼지를 부르는 말은 없을까?

국내 첫 자연과학 전문지인 월간 자연과 생태 기자 이주희씨가 펴낸 신간 '내 이름은 왜?'(자연과생태)에는 갖가지 동식물명에 얽힌 진기한 사연들이 소개돼 있다.

황소는 누런 소가 아니다

'황소'는 '황(黃)소'가 아니다. '몸집이 큰 수소'를 뜻한다. 정지용이 '향수'에서 '얼룩백이 황소'라 노래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본래 황소의 색은 다양했다. '황소=누런 소'로 인식된 것은 1920년대 말 일제가 우리 소를 누런색으로 통일하려는 운동을 펼치면서다. 1969년 한우 개량사업도 한우 획일화에 한몫했다. 황새도 마찬가지. 몸은 희고 날개 끝은 검어 황색과는 무관하다. '큰 새'란 뜻이다. 크다는 뜻의 '황'은 옛말 '하다'에서 파생됐다. 한강, 한숨, 한글, 한밭도 같은 의미다.

'돼지'는 본래 '돼지새끼'란 뜻

새끼 소는 송아지, 새끼 말은 망아지라 부르지만 새끼 돼지를 부르는 말은 없다. 원래 돼지란 말 자체가 '새끼 돼지'를 뜻했기 때문이다. 돼지의 옛말이 '돝(돋)'이었다. 어른 돼지인 '돝'에 '아지'(작은 것을 가리키는 접사)가 붙으면서 돝아지〉도아지〉되야지〉돼지로 변천했다. 돝이 죽은 말이 되면서 돼지가 일반화했다. 함경·전라도에서는 여전히 돼지를 돝이라 부른다.

'졉졉비비' 제비… '갗갗' 우는 까치

제비는 한글 창제 직후인 15세기에 편찬된 두시언해 등에 '져비'란 말로 처음 등장한다. 점차 져비〉졉이〉제비로 변했다. 중국 조선족 국어학자인 안옥규는 '졉- 졉-' 우는 소리에서 왔다고 설명한다. 까치 역시 울음소리에서 유래했다. 15세기 우리말 문헌에는 '가치'로 나온다. 까치 울음소리를 흉내 낸 '갗'에 명사형 접사 '-이'가 결합하면서 가치, 나중에 된소리가 되면서 까치가 됐다.

'땅의 용' 지렁이

지렁이는 순 우리말 같지만 '지룡(地龍)'이라는 한자어에서 나왔다. 지룡+이〉디롱이〉디룡이〉지룡이〉지렁이로 변했다. 박쥐는 '밝은 쥐'에서 유래했다. '밤눈이 밝은' 쥐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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